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251 / '빈 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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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251 / '빈 배 이야기'

기사입력 2017.10.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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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DJ래피.jpg
 
[사진출처 =  DJ래피]
 
장자는 뱃놀이를 즐기곤 했는데, 어느 날 혼자 뱃놀이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다 지나가는 배에 쿵 하고 부딪혀 잠을 깼는데, 화가 난 장자는 따져 묻고자 벌떡 일어나 건너편 배를 보았다. 하지만 거기엔 빈 배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누가 있어야 화를 낼 텐데, 빈 배뿐이었던 거다. 장자 외편의 산목(山木)에 올라있는 빈 배(虛舟)’의 이야기다.
 
빈 배에게는 화를 낼 수 없다. 자기를 비우고 산다면 무언가 잃을까 두려울 일도 없고, 초조할 일도 없다. 욕심내지도 않을 것이며, 분노로 다툴 일도 없다. 비움은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 매번 다른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도 비움이다. 하나의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자기 모습,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들을 싹 지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비움, 덜어냄이 갖는 효용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회사가 기울어가자 다시 복귀한 뒤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여일이불약제일해(與一利不若除一害), 생일사불약멸일사(生一事不若滅一事),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철학자 칼 포퍼 역시 "인생은 문제 풀이의 연속이며,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은 관계의 문제다. 어떤 사람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화를 내느냐 마느냐, 스트레스를 받느냐 마느냐는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 해로운 인간은 멀리하거나 아예 빈 배 취급하는 게 낫다. 곁에 두면서 기를 쓰고 바꾸려고 하거나 이해하려고 해봤자 나만 피곤해진다.
 
최근 도로 위에서의 보복운전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운전 중 끼어들었다’, ‘경적을 울렸다등의 이유로 상대 차량을 삼단봉으로 박살 내고 가스총으로 위협하는 등, 도를 넘은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꼭 도로 위가 아니더라도 순간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해 참극으로 이어지는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채워져 있을 때는 문제가 되던 것도 빈 배처럼 마음을 비우면 불편한 마음이 없어진다. "인능허기이유세(人能虛己以遊世), 기숙능해지(其孰能害之), 그대가 자신을 비우면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누가 피해를 줄 수 있겠는가?" 화가 날 때,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 그 분노를 터뜨릴 상대방을 빈 배처럼 바라보자.
 
# 요약.
 
장자의 '빈 배 이야기'"진정한 힘의 원천은 비움에 있고, 마음이 비어있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떠내려 와서 내 배에 부딪히면 비록 속이 좁은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지만,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한 번 소리를 쳐서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세 번째 소리를 치고 그 후에는 욕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나중에 화를 내는 이유는 처음에는 빈 배였지만 나중의 배는 누군가가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비우고 산다면 그 누가 욕을 하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과 다투거나 싸울 때 상대방을 빈 배처럼 생각하면 싸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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