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257 /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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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257 / '기우'

기사입력 2017.10.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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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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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DJ래피]
기우란 쓸데없는 걱정이나 안 해도 될 근심을 이르는 말로,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준말이다. 열자(列子)<천서편(天瑞篇)>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중국 기나라에 어느 근심 많은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걱정이 너무 많은 나머지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이 무너질까, 땅을 내려다보면 땅이 꺼질까 근심되어 침식을 전폐했단다. 그 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를 두고 쓸데없는 걱정이란 뜻의 기우라는 말이 생겼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처음 들어갔을 때의 강물과 두 번째 들어갔을 때의 강물은 같은 강물이 아니다. 이미 아까의 물은 흘러갔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강은 삶에 비유할 수 있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주역(The Book Of Changes)의 핵심과 일맥상통하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결코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계속해서 변화한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나 그로부터 받는 영향의 정도는 매번 다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르트르의 말에는 선택이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뜻이 전제되어 있다. 선택하든 안 하든 그건 본인의 결정이다. 책임은 자신이 지므로 당당하게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 말할 수 있다. 선택에는 반드시 포기가 따른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는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어떤 길을 가더라도,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고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있듯이 누구나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를 잃어야만 하고, 뭔가를 얻기 위해선 그와 동등한 무게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내가 택한 길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모든 길을 쳐다보며 걱정만 하고 있다면 도움 될 게 하나도 없다. 내 삶을 살기도 바쁜 이 세상에서 그 모든 기회비용의 가능성과 파생효과를 따져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나 일어나지 않은 일, 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아쉬움과 후회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다. 선택에는 포기가 따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여러 가능성 중에서 자신의 원칙과 가치에 부합되는 것을 선택하며, 거기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몰입하는 편이 현명하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금 앞에 주어진 매 순간뿐이며,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에 대한 신념과 긍지다.
 
# 요약.
 
주역 64괘의 11번째 괘는 지천태 (곤상건하, 즉 위에는 곤괘 , 아래에는 건괘 인 대성괘를 말한다. 영어로는 Peace.) 괘이다. 여기 나오는 '''클 태', "태연, 태평"''이다. 지천태괘의 구삼효는 무평불파 무왕불복, "비탈지지 않고 평평하기만 한 길은 없으며, 돌아오지 않는 떠남은 없다."는 뜻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알고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나면 걱정과 불안은 저절로 없어지게 되며, 남과 나를 비교하는 짓을 그만두고 걱정과 근심 대신 내 인생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게 된다. 세상에 평평하기만 한 길은 없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도 가까이 가서 보면 실은 비탈과 언덕길이 이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평지만 계속되는 인생이 없고, 비탈만 진행되는 인생도 없다. 마냥 탈 없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그 나름의 고난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결국 '무평불파 무왕불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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