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263 / '안과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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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263 / '안과 못'

기사입력 2017.11.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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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DJ래피.jpg
 
[사진출처 = DJ래피]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못하다''못 하다'도 그렇다. '못하다'는 능력이 떨어질 경우("몸치라 안무를 못해."), '못 하다'는 여건이 안 될 경우("천재지변으로 오늘은 경기를 못 해.")에 쓴다. 오늘은 '' 하는 것과 '' 하는(또는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추려보니 다음 3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1.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경우 : '' 하는 것.

2. 할 수 있는데 여건상 못 하는 경우 : '' 하는 것.

3. 할 수 없어서(능력이 없어) 못하는 경우 : '못하는' .

 

반면에 내가 가장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할 수 있든 없든, 어쨌든 해 보려 하는 경우'.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공자는 문지기들 사이에서 '안 될 줄 알면서 계속하는 사람'이란 별명으로 통했다.

 

''은 할 수 있으나 '' 하는 것, 곧 의지의 문제다. 나는 TV를 안 본다. 아예 없애버린지 오래다. 볼 수 있으나 볼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해 내 의지로 '' 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된다. ''은 자신의 반려견이 길 가는 사람을 무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분명 목줄을 할 수 있었으나 명백히 '' 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도 목줄 안 한 채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는 견주들이 있는데, 그들의 단골 멘트는 이렇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하지만 '' 문다는 것은 충분히 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내가 TV를 살 수 있는 여력이 되고, 볼 수 있는 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가 없어 안 보는 것처럼, 그 반려견 역시 물 수는 있으나 어느 특정 순간에만 잠시 안 물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 물어요''라는 말에는 ''물 능력은 있으나 지금 당장은 안 물고 있을 뿐이다. 언제든 빡이 돌면 널 물 수도 있어!''의 의미가 사실 내포된 것 아닌가? 입마개를 하여 도저히 물고 싶어도 물 수 없을 때는 '못 물어요''못물어'라는 표현을 통해 물 능력도 없고, 여건이 안 됨을 알릴 수 있지만, '안 물어요'는 언제든 물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명심하자, 말이 곧 인생이고 말이 곧 칼이다. 우리는 말 조심만 하고 살아도 상처를 덜 주고 상처를 덜 받으며 살 수 있다. 예컨대 이런 말은 어떤가?

 

"A란 사람, 저 사람 가수야? 뮤지션? 처음 보는데? 왜 활동 안 해?"

 

화자가 보기에 A라는 뮤지션이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으나, A는 아마도 활동을 '' 하는 게 아니라 '' 하는 것이거나, 나름 열심히 활동은 하고 있지만 화자의 기준(예컨대 몇몇 예능 프로그램 등)에 들어맞지 않았거나 또는 "운 좋은 시점에 운 좋은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혹은 인맥이 있거나 재능보다 과대평가를 받은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함량 미달의 배우나 음악가나 작가는 아주 많다."는 닉 혼비의 말처럼 운이 없거나 인맥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방송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공연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능력이 있고, 실력도 있지만 아직 기회를 잡지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여 나는 그런 후배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기를 쓰고 그들과 함께 하려 하고, 혼자 갈 수 있는 행사도 웬만하면 그들과 같이 가려 하고, 혼자 제안서 넣을 수 있는 일도 그들을 포함해서 제안한다. 세상엔 기회가 없어 못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누구보다 내가 겪어봐서 잘 알기 때문이다.

 

말 조심하자. 과연 100퍼센트 확실한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과학 지식조차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종교 재판까지 받았듯이 예전에는 천체의 모든 별과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을 한다고 믿었고 그것이 정상과학이었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면 진리일 것만 같던 과학적 지식도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은 누구도 천동설을 믿지 않는다. 모든 진리는 절대적이지 않고 잠정적이다.

 

# 요약.

 

공자가 절대 안 한 4가지를 <자절사(子絶四)>라고 부른다.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가 그것이다. 즉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함부로 단언하지 않았으며, 억지를 부려 우기지 않았고, 따라서 아집을 부리는 일이 없었다. 이 모두를 하나의 속성으로 묶을 수 있는데, 그게 바로 겸손이다. 함부로 억측하지 말고, 균형 감각을 발휘해 겸손해야 한다. 어떤 것을 예단하기 전에 늘 경계하는 신중함을 발휘해 겸손해야 한다. 자신만 옳다고 믿지 말고, 옳고 그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세상에 100% 한쪽만 진리인 건 없으며, 설령 맞더라도 조건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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