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서울 사이에 14시간의 시차가 있듯이, 사람들 사이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의 시차는 시간의 차이라기보다는 '시각(視角)의 차이, 시가(時價)의 차이'다. 서울은 서울대로, 뉴욕은 뉴욕대로, 부러워하거나 상대를 강요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시간대로 흘러간다. 마찬가지로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의 시각으로 살아가면 편하다. 또한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어느 특정한 시간의 시가가 있다. ('싯가'가 아니고 '시가'가 맞다.)
시가는 영원히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한다. 지금 비싸다고 영원히 비싼 게 아니듯이, 지금 내가 일이 안 풀린다고 해서 슬퍼할 일도 아니고 지금 내가 잘 나간다고 해서 무작정 기뻐할 일도 아니다. 지금 조금 안 되면 나중에 언젠가 잘 되게 되어 있고, 지금 잘 나간다고 그 성공이 영원히 이어지지도 않는다. 현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즐겁게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태연자약의 비결이다.
교자로 이지자우(巧者勞 而知者憂), 기교가 뛰어난 자는 수고로움이 많고, 지나치게 영리한 자는 걱정거리가 많다. 나는 노심초사보다는 태연자약이 좋다. 상대를 이기고 남보다 더 앞서나가려다 보면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우게 된다. 차역하여 피역하여(此亦何如 彼亦何如),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못 이기면 어떻고, 조금 천천히 가면 또 어떠리. 최선을 다한 후에는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
부득탐승(不得貪勝),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오히려 얻는 게 많아지더라. 마음의 평화를 얻고 초연하기 위해서는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만사가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지니 램프가 아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 사람이 죽고 사는 것, 만나고 헤어지는 것 모두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실패하거나 무언가를 잃거나 얻는 일에 담담해야 한다. 무언가를 얻었다고 크게 기뻐하거나, 반대로 무엇을 잃었다고 크게 슬퍼할 필요 없다.
# 요약.
사탕을 받으려면 갖고 있던 장난감을 놔야 한다. 삶에서 득과 실은 주역의 음(⚋)과 양(⚊)처럼 본디 상호 보완적인 상생 관계를 맺고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각자무치(角者無齒), 뿔을 가진 자는 이가 없다. 하늘은 어느 한 사람에게 모든 복과 재주를 다 주지는 않는다. "왜 나만 이런 일이 생기나?"라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그 사람도, 나도 무엇인가 하나는 부족하거나 아쉬운 것이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