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태원에 전설적인 무도장 '문 나이트'가 있었다. 당시에 춤 좀 춘다는 댄서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였는데, 단순히 춤을 즐긴다기보다는 춤 실력을 과시하여 인정받고자 하는 공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깔아놓은 판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여들어 한반도에 평화 모드가 작동되는 '문' 나이트, 오늘은 한반도 판 '문 나이트'에 대한 얘기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 중 하나는 인정욕구다. 사람들은 본성상 자신을 돋보이게 하여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인류는 기나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하여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 트럼프는 명예욕이 강하며 우쭐대고 잘난 척하고 싶어 한다. 다혈질이며, 즉흥적이고 기분파다. 사주명리학에는 많은 신살(神殺)이 있는데, 그중에서 양인살(羊刃殺)은 대부분 오만불손하고 독선적이며 폭력적인 특성이 나타나고 욱하는 성격이 많다. 딱 트럼프가 그런 성격 유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워싱턴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독재자 김정은은 잊어라. 국제 정치인 김정은이 온다. 김정은은 자신이 합리적인 국제 지도자임을 알리고 싶어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각각 다른 맥락에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고전을 읽으면 '문'이 보인다. 고전 속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이고, 평화의 문이 보인다.
내가 손자병법을 읽을 때 강한 인상을 받은 부분은 이 대목이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걸 최고라 하지 않는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을 최고라 한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병법서인 손자병법이 최고라고 여기는 전략 전술은 아이러니하게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의 기술에 관한 고전이지만 정작 손자는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상정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지금 한반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걸 해내고 있다.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병법은 적국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이기는 것을 으뜸으로 치고, 적국을 전멸시키는 건 그다음이다. 그래서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걸 최고라 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을 최선이라고 한다." 설령 전쟁에 이겨도 적국이나 아국의 인적, 물적 자원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면 전쟁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하물며 현대전에서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만일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결국 누구 손해인가? 우리로서는 어떠한 충돌이라도 차단하는 게 최선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영리하다. 남북정상회담 전 세계 생중계를 통해 김정은을 그가 인정받고 싶어 하던 '한 나라의 지도자'로 데뷔시켰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각각 간절히 원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우리는 비핵화, 종전선언을 끌어내는 전략, 이것보다 더 훌륭한 전략이 있을까?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한자를 풀어보면 '글월'이 '있는' '범'이다. 기막힌 이름이다. 사법고시와 특전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문무 겸비는 어쩌면 이름에서부터 타고난 운명인 걸까? 인(寅)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자월과 축월은 아직 겨울의 시기이고 입춘, 즉 봄의 시작이 바로 인(寅)월이다. 입춘이 되면 인(寅)월이 시작되고 비로소 한해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에 진정한 평화의 봄이 왔다.
# 요약.
부인자,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능근취비, 가위인지방야이.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어진 사람은 자신이 나서고 싶은 자리가 있으면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내세우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그곳에 보낸다. 가까운 것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