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란 건 말이나 글, 또는 행동으로 나타내는 속내다. 뜻을 알면 밝아지고, 뜻을 모르면 어두워진다. 행복, 행복, 행복. 사람들이 행복을 얼마나 입에 달고 사는지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노래 제목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홈페이지에서 행복을 키워드로 곡목을 검색하면 자그마치 2,376건이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연 행복의 뜻을 알고 쓰는 것일까? 뜻을 제대로 아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그 글자가 만들어진 어원을 보는 것이다. 행복의 어원을 한 번 보자. 행(幸)은 夭(요, 일찍 죽다)와 屰(역, 거역하다)의 합자다. 복(福)은 제사(示) 지낼 때 쓰는 술과 음식(豊)이다. 그래서 제사 지낸 음식을 먹는 것을 '음복'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결국 일찍 죽지 않고 함께 나눌 만큼의 술과 음식만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소확행, 소확행 말들 많지만 이미 행복의 뜻 자체가 저렇다.
행복에 대한 관점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에피쿠로스도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평온한 삶(Ataraxia)',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행복’은 오해가 낳은 결과이다. 행복의 법칙을 연구한다는 긍정심리학조차 행복에 ‘긍정(positive)’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애써 삶의 한 면만을 선택한다. 하지만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빛은 늘 그늘과 함께 존재한다. 사물을 둘로 나눠 그중에서 느낌이 좋은 쪽만 골라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늘 파스텔 색만 칠하고 싶어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밝은 색만 쓸 수는 없다. 말이 나온 김에 그림을 뜻하는 그림 회(繪)를 보자. 사(糸, 실타래)와 회(會, 합치다)로 이루어진 '그림 회'자는 오색(五色)의 실을 합쳐 수를 놓는 것이 어원이며, 이것이 색채를 배합한 그림의 뜻이 된 것이다. 우리는 어두운색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긍정의 모습은 인간사 절반의 모습일 뿐이다. 부정적인 일, 질병, 결핍, 실패 등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다.
# 요약.
“모두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주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늘 문제가 존재하고 슬픔과 손실이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결코 영원하지는 않다. 모든 것이 그저 잠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