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291 /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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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291 /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기사입력 2018.09.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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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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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DJ래피]

나는 수능 1세대다. 수능 1세대는 수능을 8월과 11, 두 번 봐서 둘 중에 잘 나온 점수와 내신을 합산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94학번 새내기가 되어 강남역 뉴욕제과, 주막촌, 강남 호프, 바시아(빠샤라고 불렀던), 오디세이를 전전할 때 연희동에서는 서태지의 교실이데아 곡에다 DJ Q-Bert가 스크래치를 긁어대고 있었다. 각설하고, 1994년의 곡 중에 여행스케치가 부른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가 있다.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스무 살 때는 이 노래의 가사가 이렇게 공감되는 가사인 줄 몰랐다. 44살의 가을을 앞둔 이 시점에 어쩜 이렇게 가사를 잘 썼을까 감탄하며 아침을 흥얼거린다. 우리는 늘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을 괴로워한다. 나름 노력도 한 거 같은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더 괴롭다. 하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일도, 사람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기본값이다. 우리는 늘 기본값을 망각한다.

 

,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원하고 꿈꾸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능력을 두고 우리는 초능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원래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게 정상이다. 호랑이의 사냥 성공률은 5% 정도다. 맹수도 저런데 하물며 인간이 어찌 100%의 성공률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에서 주인공 브루스(짐 캐리)는 삶이 불공평하다면서 짜증을 내고 하늘에다 대고 신에게 화를 낸다. (영화에서 브루스는 '유머러스한 리포터'라는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을 이미 갖고 있음에도, 메인 뉴스 앵커가 되려고 발악하는 캐릭터다.) 그러자 신은 그에게 "좋아, 네가 한번 해봐 쉬운지!"의 뉘앙스로 뉴욕 버팔로 인근을 다스릴 권한을 준다. 갑자기 전지전능해진 브루스에게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들려온다. 괴로워진 브루스는 쇄도하는 기도와 소망을 이메일 형식으로 바꾸고 책상 앞에 앉아 수많은 기도 요청에 메일로 하나하나 응답한다. 이메일 제목에는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애인이 생기게 해주세요',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세요' 등이 적혀 있다.

 

브루스는 쉬지 않고 요청을 들어주지만, 그래 봐야 새로운 요청이 계속 쌓일 뿐이다. 결국 브루스는 이메일의 전체 답장버튼을 누른 뒤 모두에게 OK 응답을 보낸다. 그는 , 이제 다들 만족했겠지?''라며 뿌듯한 미소로 의자에 몸을 기댄다. , 이제 버팔로는 어떻게 됐을까? 만인의 요청이 서로 충돌하면서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를테면, 너무 많은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당첨액이 17달러로 떨어져 폭동이 일어난다. 만약 어벤저스의 타노스 같은 자가 버팔로에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타노스는 전 우주의 절반이 죽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빌런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신이 모두의 기도를 전부 들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다. 내가 선택한다고 다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 그러니 몇 % 일지 모르는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담담하게 다시 계속 시도하는 것.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노자는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로 본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고 했고, 공자는 살아 있는 한, 편히 쉴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세상 모든 것은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모두의 뜻대로 다 될 수가 없는 게 자연의 이치다. 적어도 이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 요약.

 

''두 가지 직장을 가지고 있는 미혼모가 시간을 쪼개서 아이의 축구 연습을 보러 가는 게 기적이야. 10대가 마약을 안 하고 학업에 열중하면 그게 기적이야. 사람들은 기적의 능력을 가지고서도 그걸 잊고 나에게 소원을 빌어. 기적을 보고 싶나? 그럼, 스스로 기적이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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