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298 / '십중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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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298 / '십중팔구'

기사입력 2019.01.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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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DJ래피.jpg
 
[사진제공 = DJ래피]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
"나에게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에게 입히지 마라"
"대접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대접하라"
"자신이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해야 한다"
"자기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해서도 안 된다"

각각 유대교, 불교, 기독교, 힌두교, 그리고 공자의 '으뜸 되는' 가르침이다. 거의 모든 종교의 '으뜸 되는' 가르침은 결국 하나다. 우리는 이쯤에서 종교의 뜻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 종교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 뜻을 잘 모른다. 종교(宗敎)란 '으뜸 종, 가르칠 교', 즉 으뜸 되는 가르침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Religion, '다시 + 연결한다'라는 뜻이다. 무엇을 다시 연결할 것인가? 세상을 둘러보라. 으뜸 되는 가르침으로부터 끊어진 삶, 즉 타인을 향한 폭력과 야만으로 점점 물들어가는 세상이다.

폭력은 물리적인 것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분노와 경멸을 담은 눈빛, 생각 없이 내 뱉는 비수 같은 말 한마디, 이 모든 것이 다 폭력이다. 다시 연결한다는 것은 바로 모든 종교의 으뜸 되는 가르침으로 사람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모든 종교에는 경전이란 것이 있으며, 그 경전 속에 으뜸 되는 가르침이 들어있다. 성경은 예수님의 말이 기록된 것이며, 불경은 부처님의 말이, 역경(주역)은 성인들의 말이 기록되어 있다. 말의 주체만 다를 뿐, 모든 경전 속 으뜸 되는 가르침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사랑으로 복을 짓고, 말로 복을 지으라는 것이다.

얼마 전, 친구에게 부탁해서 성경을 펼쳐보았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성경을 생전 처음 펼쳐보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것,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인다고 했던가? 놀랍게도 나는 그 속에서 철학적 메시지들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아, 모든 종교 경전에는 역시 으뜸 되는 가르침, 철학의 정수가 들어있다는 것을.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실천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걸.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깜짝 놀랐다.

"빠른 자라고 항상 경주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용사라고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며, 지혜로운 자라고 항상 양식을 얻는 걷도 아니고, 총명한 자라고 항상 부를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이 있는 자라고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예기치 않은 때에 예기치 못한 일이 모두에게 닥치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위 구절은 내가 강연 때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핵심 주장인 "세상사 뜻대로 안 된다."와 같은 맥락이다. 시작이 좋았더라도 끝이 나쁜 경우는 열이면 늘 여덟아홉이고, 시작이 나빴더라도 끝이 좋은 경우는 열에 한둘도 되지 않는다. (始善而終惡 十常八九 始惡而終善 十鮮一二). 역시 세상 일은 뜻대로 잘 안되기 십상이다. 아, 참고로 ‘십상’은 ‘열에 여덟아홉 정도로 예외가 없다’는 뜻의 ‘십상팔구(十常八九)’에서 온 말이며, ‘쉽상’은 틀린 말이다. 

공자와 맹자도 천하를 주유했으나 그들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는 왕은 없었다. 그들도 '거절당함'의 달인들이었다. 공자의 별명은 '상갓집 개'이기도 했으며, 문지기들 사이에서는 '안 될 줄 알면서도 계속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안 될 줄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 이게 바로 래피의 젖은 낙엽 정신이다. 야구에서는 3할을 치면 진짜 잘 치는 거 아닌가? 심지어 동물의 왕인 사자의 먹이 사냥 성공률은 2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며(호랑이는 1/13), 나비는 보통 200개의 알을 낳는데 그중 나비가 되는 알은 겨우 2-3개뿐이라고 한다.

# 요약.

삼국지의 양호도 탄식하면서 말했다.

“세상일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십 중에 항상 칠팔이다.”

양호의 한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통한다 할 수 있겠다.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이란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히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운명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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