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저는 평소 책을 읽으려고 일부러 전철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차를 끌고 나섰습니다.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와야 했기에 운전을 한 건데요, 충무김밥을 사고 쌀로 만든 빵을 몇 개 사서 집으로 오는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빵빵대는 경적과 각종 난폭운전을 몇 번이나 겪었는지 모릅니다. 규정 속도를 지키며 바른길로만 가는 데도 그런 수모(?)를 겪어야 했는데요, 이쯤 되면 충분히 많은 수의 운전자들을 표본으로 하는 사회학적인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운전하며 문득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가 생각났습니다. 시는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하는데요, 경적을 눌러대는 그들을 보며 자연스레 "그들은 왜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의 화신이 되는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노, 한자로는 憤怒라고 적는데요, 분(憤) 자는 ‘분하다’, ‘성내다’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생긴 걸 보면 心(마음 심) 자와 賁(클 분) 자가 결합한 모습이지요. 심장에서 뭔가가 끓어오르거나 솟아오르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감정과 생각은 오행과 관련되어 있고 오장에도 영향을 주는데, 특히 화를 내면 간이 상합니다.
분노의 '노(怒)'는 心(마음 심)과 奴(종 노)가 합해진 말이에요. 즉 '노예(奴)의 마음'이라는 거지요. 앞으로 조그만 일에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하면 "아, 노예의 마음이 솟아오르는구나"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또는 "아, 내 간이 파괴되려고 하는구나"도 괜찮고요. 화를 내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며 혈압도 상승합니다. 교감신경이 흥분된 상태거든요. 그래서 화가 나면 부아가 끓어오르고 오장 육부가 뒤집히게 됩니다. 사투리로는 '간이 뒤비진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생각해보세요. 간이 뒤비지면 건강에 얼마나 해롭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