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302 /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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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02 / '아모르 파티’

기사입력 2019.03.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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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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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DJ래피]
산타나의 '삼바 파티'는 Samba Pa Ti (너를 위한 삼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는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둘 중 어느 것도 술 먹고 즐기는 Party를 뜻하지 않는다. 아모르 파티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무슨 말일까?

늘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도, 늘 안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도 없다. 늘 승리만 하는 팀, 늘 패배만 하는 팀도 없다. 신과 같다고 극찬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조차도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고 싶겠지만, 하늘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메시는 올 시즌 126차례 슈팅을 시도해 25골을 넣었다. 확률로 치면 19.8%다. 손흥민은 어떤가? 그는 리그에서 23경기에 출장, 57개의 슈팅을 시도해 11골을 넣었다. 성공률은 19.3%로 메시와 거의 비슷하다. 

2018년 메이저리그 최고 타율은 가장 완벽한 타자로 손꼽히는 보스턴의 무키 베츠가 기록했는데 0.346, KBO는 김현수로 0.362다. 날고 기어봤자 3할, 10번 타석에 들어서면 7번은 아웃된다는 뜻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기쁜 일도 생기고, 때로는 슬픈 일도 생긴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기쁜 일은 가깝지만 슬픈 일은 멀게 느껴진다. 아모르파티는 실패, 어려움, 슬픔, 괴로움까지도 기본값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기본값을 바꾸면, 실패도 이미 실패가 아닌 게 된다. 

자연의 세계는 어떨까?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울까? 꽃이 피었다고 해도, 모든 꽃에서 열매가 열릴까? 열매가 제대로 열렸다고 해도 씨앗이 멀리 날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멀리 갔다면, 좋은 곳에 잘 떨어질까? 또 그 씨앗들이 모두 싹을 틔울까? 싹이 난 나무는 모두 커다랗게 자랄 수 있을까? 그런데도 식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음 해가 되면 또 씨앗을 만들어낸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바람에 씨앗을 날려 보낸다. 한강에 빠져도, 우리 집 뒷산 대모산에 떨어져도 그저 운명을 받아들인다.

우리 삶도 비슷하다. 일시적인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거나, 실패할 때마다 울적해하면 당사자만 힘들어진다.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삶, 모두가 인정하는 성취를 매번 이루어야 할 필요는 없다. 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성취와 순위권 바깥에서 초연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그게 의미 없는 삶은 아니다. 빽빽한 만원 버스에서 숨 막히게 가는 것보다는 자전거 타고 자기만의 경로로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가는 것도 좋다. 자전거 없으면 막걸리 한잔해 가며 쉬엄쉬엄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요약. 

누구나 어떤 목표와 꿈이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을 모두 이룰 수는 없다. 애써 꽃을 피웠는데, 꽃가루받이를 못 할 수도 있고, 원하는 곳에 씨앗이 정확하게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듯이. 사람은 저마다 다른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때문에 각각 다른 생존 전략을 취하고, 가치관도 다르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다른 누구의 삶도 좋은 인생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매미는 땅속에서 사는 기간이 땅 밖으로 나와 사는 기간보다 훨씬 길다. 그것을 모르고 땅 밖의 모습만 생각하며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어쩌면  땅속에서 나무뿌리 수액을 먹으며 지내는 삶이 매미에게는 더 즐거운 삶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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