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314 / '입추와 시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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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4 / '입추와 시간차'

기사입력 2019.08.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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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DJ래피.jpg
[사진제공 = DJ래피]

입추(立秋)의 한자를 잘 보자. 入秋가 아닌 立秋다. 가을의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사람이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가을이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입추라고 하여 곧바로 날씨가 추워질 것을 기대했다면 그건 자연의 원리를 간과한 것이다.

입추에 왜 이리 덥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천지자연 시간차의 원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뭔가를 데울 때와 식힐 때도 시간차가 필요하다. 가스불을 지금 막 끄더라고 해도 그 열기는 제법 오래 남는다. 이게 바로 절기의 원리이며, 주역 12소식괘의 원리다.

천간과 지지 사이에도 시간차가 존재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의 천간과 인묘진(봄)-사오미(여름)-신유술(가을)-해자축(겨울), 12개의 지지 사이의 엇갈림도 역시 시간차이며, 이는 인간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 즉 욕망과 정신세계를, 지지는 땅의 기운 즉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데, 천간이 무형의 세계 라면 지지는 유형의 세계다. 이 무형과 유형의 세계 사이에는 늘 시간차가 존재한다. 우리가 마음먹은 일이 곧장 현실이 되지 못하는 이치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여 "입추인데 왜 당장 시원해지니 않냐?"라는 질문은 "세상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당장 왜 안 되냐?"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 된다.

Input의 과정과 Output의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이 간단한 원리만 기억해도 삶을 사는 데 많은 너그러움이 생긴다. 오늘, 8월 8일 입추부터 신미(辛未) 월에서 임신(壬申) 월로 바뀐다. 시절 운과 시절 인연이 바뀌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천지자연에 시간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오늘을 기점으로 고속도로를 만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라도 운전하는 사람이 교만에 빠져있으면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요, 자갈밭을 만나도 신중하고 겸손하게 운전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언젠가는 안전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입추인 오늘을 기점으로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무더위는 조금씩 자취를 감추다가 처서(處暑)가 되면 말 그대로 더위가 멈출 것이다. 입추라고 하여 당장 가을이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계절에도 시간차의 너그러움이 필요하고, 우리의 인생사에도 시간차의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새 "바람이 언제 이렇게 달라졌나?"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 그러니 몸을 일으키는 중인 가을을 기다리며 마지막 남은 여름날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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