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낭패다!
언뜻 머리를 스쳐간 단어, 낭패. 주말 동안 여기저기 올라오는 꽃놀이 사진을 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거 참 낭패다. 실패가 아닌 낭패다.
실패(失敗)와 낭패(狼狽)의 '패'는 글자부터 다르다. 낭(狼)과 패(狽)는 모두 '이리'라는 동물을 뜻한다. 본래 전설상의 동물이다. 낭(狼)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짧고,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짧은 가상의 동물이다. 하여 낭(狼)과 패(狽)가 걸을 때에는 패(狽)가 늘 낭(狼)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낭(狼)과 패(狽)가 힘을 합쳐야만 걸을 수 있지, 둘이 떨어지면 즉시 넘어진다.
이인삼각 경기를 해보았을 것이다. 이인삼각에서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도가 늦거나 금세 넘어지고 만다. 낭(狼)과 패(狽)도 이인삼각과 마찬가지로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넘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꽃놀이는 해당사항이 없다. 불가피한 생업에서도 일정 거리를 두려고 다들 노력하는데, 꽃밭이 북적대는 건 정말 낭패다.
"주의하면서도 일은 해야지. 먹고살아야 하니까"나 "조심하면서도 식당은 가야지. 식당도 먹고살아야 하니까."는 어울리지만 "위험하더라도 꽃놀이는 가야지. 꽃이 보고싶으니까."는 낭패의 신호다. 꽃은 내년에도 핀다. 잘못하면 내년 꽃도 못 볼 수 있다. 이거 참 낭패다.
낭패를 보기 전에, 낭패를 당하기 전에 서로 지키고 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