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의 사색 # 42 / '갈매기의 꿈'
유년시절, 경남 진주 상대아파트 2동 101호의 작은 방에는 내 큰누나가 그려 놓은 그림 하나가 늘 걸려 있었다. 액자 속에 곱게 들어가 있던 그것이 갈매기 '조나단' 이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리처드 바크는 '갈매기의 꿈' 도입부에서 갈매기 떼를 이렇게 묘사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아 해안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방법 이상의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매일 아침 부둣가로 이동해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빵 부스러기를 받아먹는다.
작가는 이어 ‘조나단 리빙스턴’이라 불리는 한 특별한 갈매기를 소개한다. 조나단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날개는 단순히 빵 부스러기를 받아먹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았고, 날개를 통해 할 수 있는 여러 비행술을 연습했다. 조나단의 아버지는 그를 나무란다. “네가 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마라.” 하지만 조나단은 막무가내였다. “먹지 못해서 뼈와 깃털만 남아도 상관없어요. 전 다만 공중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조나단은 급강하, 공중제비, 저공비행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비행 방법을 시도해본다. 그의 비행을 보며 동료들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 했다. 그런 행동은 어시장에서 생선 대가리를 낚아채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나단은 결국 동료들에게 외면을 당한다. 오히려 더 담대하게 높은 하늘로 올라가게 된 조나단 리빙스턴은 깨닫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사실을.
나를 의미 있게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은 재산,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 양식’과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할 수 있는 ‘존재 양식’ 이렇게 두 가지 삶의 양식을 논한다. 삶의 양식을 명확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양식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존재 양식’을 택했다고 소유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도 소유는 있지만, ‘존재 양식’을 지탱해주는 정도면 족하다. 삶의 전략으로서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 소유 양식이 자칫 업의 발견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업과 직의 전도를 야기하기도 한다. 업의 발견이 힘들면, 강력한 스토리의 완성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직(職, occupation)은 곧 내가 점유하고 있는 직장 내 담당 업무이며 내가 아닌 누군가로 쉽게 대체가 가능하다. 시간이 가면 결국 퇴직으로 끝난다. 반면 업(業, vocation)은 평생을 두고 내가 매진하는 주제다. 업은 쉽게 다른 누군가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연륜이 쌓인다. 업은 결국 장인정신과 연결된다.
# 요약.
어떻게 살것인가. 당신이 어디에서 일하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당신의 소속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