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강의나 레슨을 하다보면 꼭 마주치게 되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노래를 할 때, DJ 믹싱을 할 때, 랩을 할 때, 작곡을 할 때, 주로 초심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프로 뮤지션에게도 해당되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은 “내가 젊은 시절 왜 그리 힘들게 노래했는지 모르겠다. 이제야 힘들이지 않고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말했다. 힘들이지 않기. 알면서도 그것을 잘 이행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난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들을 한다. 지나친 바이브레이션과 목을 쥐어짜는 듯한 가창, 저게 꼭 필요할까 싶은 과도한 이펙터의 남발로 인한 오버액션 DJing, 넘쳐나는 필요없는 소스와 트랙들로 인한 믹싱엔지니어의 멘붕이 펼쳐진다. 고가의 장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장비만 계속 사재다 볼일 다 보는 친구들도 있다. 좋은 작품은 장비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지 않은가. 우리는 '사족'을 경계해야 한다.
뱀 사(蛇)에 발 족(足), 사족. 뱀의 발이란 뜻으로, 안해도 될 것을 쓸데없이 덧붙이려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말한다.
초나라의 소양은 위나라를 공격하여 성을 빼앗은 후, 제나라까지 공격하려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제나라 왕은 근심에 빠졌는데, 마침 제나라에 와 있던 사신 진진이 소양을 만났다.
"초나라에서는 전투에서 이긴 사람에게 어떤 관직을 내립니까?"
"가장 높은 관직인 영윤에 임명하오."
"당신은 이미 영윤이니, 최고 관직에 계시겠군요. 그럼, 제가 비유를 하나 들겠습니다. 어느 집의 잔치에 귀한 술 한병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땅에 먼저 뱀을 그린 사람이 그 술을 마시기로 내기를 했고, 잠시 후 한 사람이 '나는 뱀의 다리까지 그릴 수 있소.'하며 뱀의 다리까지 그려 넣고는 술병을 들고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 때, 뒤이어 뱀을 다 그린 사람이 술병을 빼앗아 원샷을 호로록 때려버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발 달린 뱀이 어디 있소? 뱀에다 다리를 그려 넣었으니 그것은 뱀이 아닐세.' 술병을 빼앗긴 사람은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금 당신은 초나라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 위나라와 싸워 승리하였으니 이보다 더 큰 공은 없습니다. 또 당신이 제나라를 물리친다고 해도 이미 가장 높은 관직인 영윤에 있으므로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에하나 제나라 공격에 실패하게 되면, 당신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뱀에 다리를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말을 들은 소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나라를 공격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 때부터 쓸데없는 짓을 하여 오히려 일을 그르쳐 낭패를 보는 것을 '사족(蛇足)을 단다'고 한다.
# 요약.
최고의 디자인은 ‘슈퍼 미니멀’이다. 자꾸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없는 요소들을 하나씩 빼 버리는 작업. 노래도 DJ도, 작곡 그리고 우리네 인생도 똑같지 않을까? 자꾸 꾸미고 덧칠할수록 추해질 뿐이다. 성공에 대한 욕심과 집착도 마찬가지다. 더하기를 추구하는 삶은 항상 이전보다 더 큰 성공과 더 많은 부를 갈망하게 되어 있어 더해도 더해도 만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