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 래피의 사색 #117 '에피쿠로스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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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래피의 사색 #117 '에피쿠로스의 사치'

#117 '에피쿠로스의 사치'
기사입력 2017.01.0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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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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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효(DJ래피)]
 
돌이켜보면 나의 청년 시절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기적이 일어나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감사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하고 거절할 것이다. 그런 시절은 한번으로 족하다. 우리는 항상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앞에 마주치게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당장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의 명제로 시작해서 직장, 배우자까지도 모두가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의 문제를 벗어나 있는 것을 찾으려면 우리가 탄생하는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 부모 조차도 우리를 선택해서 태어나게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의 삶은 태생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때론 갈팡질팡하는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기도 할 것이다. “백 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안전운행하세요.” 내비게이션 시스템 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류의 시스템은 인생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발생하는 불안함을 해소하기위해 우리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 단편적 '지식'들만 쌓아 나갈 것이 아니라, 기나긴 배움의 과정에서 지혜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들을 습득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상실'실패'는 우리 인생에서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우리는 그 언젠간 반드시 누군가를, 무언가를 상실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것은 99.9%의 확률도 아니다. 100% 확실한 예언이다. 하여 인생이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끝은 보이지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신기루를 쫓기도 한다. 우리 인생도 많은 부분이 그 모습과 닮았다. 사막에서는 지도가 필요없다. 모래언덕에는 이름이 없다. 이름을 붙인다 해도 그 모래언덕은 금세 사라지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분명한 지도와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 길은 웬만해선 건너지 않으려 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 탄탄하고 안전하기만 한 길...하지만 인생에서 안전하기만 한 길이란게 과연 존재하긴 하던가? 새로 시작하는 연인과 얼마나 갈지 알 수 있을까? 일의 미래를 지도처럼 그릴 수 있을까? 아니다.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고 일단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지도가 없다면 마음 속의 나침반을 따라가야 한다.
 
사막에 숨어 있는 오아시스처럼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오아시스는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갑자기 발견된다. 이는 얼핏 닐스 보어가 이야기한 양자도약, Quantum Jump와도 닮았다. 원자핵에 에너지를 가하게되면 원자핵 주위의 궤도를 돌고있던 전자들이 들뜨게 되고, 결국 전자가 그 위의 다른 궤도로 올라가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이때 전자들이 공간을 연속적으로 이동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한 궤도에서 그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다른 궤도에 별안간 나타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의 대부분은 지루한 시간을 버텨낸 뒤에야 비로소 퀀텀 점프한다. 그 도약 직전까지의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지 않으면, 비약적인 발전이란 것은 없다. 세상의 많은 비극은 바로 그 퀀텀 점프를 이루기 직전, 너무 지쳐서 포기하는 바람에 싹튼다. 정상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목표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과정을 몽땅 희생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에 수십통의 이메일을 확인하고, 수십통의 전화를 받고, 퇴근 후에도 처리해야 할 일들을 산처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일을 하는 사이, 우리의 인생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정상의 열병에서 시름하는 동안 소중한 것은 전부 흘러가 버린다. 오아시스를 만나면 멈춰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며 인생의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과 기회의 순간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것을 외면하고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악몽처럼 지겹도록 똑같은 하루를 설계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나태함으로 질식할 것 같은 일상을 만드는 것도 바로 우리다. 삶도, 죽음도, 그 밖에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글을 쓰는 일, 함께 식사를 하는 일, 심지어 손톱 깎는 일마저 아름답다고 느끼고 늘 감사하며 온 마음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길이다.
 
# 요약.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오늘담배를 끊기보다 내일끊기를 더 선호한다. ‘오늘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기보다 내일드릴 것을 다짐한다. 그렇게 내일인생을 바꿀 다짐과 세밀한 계획들을 세운다. 마치 천 년이라도 살듯이 그렇게.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장소에서, 우리가 다음 생에 살고자 하는 생을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절대로 설렁설렁 지금 이 순간을 피해가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과 작별할 것처럼 그렇게 뜨겁게 살아야한다.
 
"작은 뜰에 무화과 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약간의 치즈, 그리고 서너 명의 친구들만 있으면 행복하다." 이것이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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