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163 /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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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163 / '신발'

기사입력 2017.02.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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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 = DJ 래피]

 

아무것도 입지 않는 편안함이 제일이요, 입더라도 제 몸에 맞는 옷이 최고다. <명상록>을 쓴 아우렐리우스는 "너는 아직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들의 영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라는 말로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일기를 쓰듯 스스로를 경계했다.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보낸 미인 '서시'에게는 병이 있었다. 하여 가슴이 아파 얼굴을 찡그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본인은 아파서 찡그리는 건데 이걸 동네 처자들은 너도나도 다 따라 했다. 하지만 서시가 할 때나 예쁘지, 가뜩이나 안 예쁜 여인들이 얼굴까지 찡그리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서시가 눈을 찡그린다는 뜻의 '서시빈목'이라는 고사성어는 이렇게 앞뒤 사정 재지 않고 무작정 남 따라 하는 것을 가리킨다.

 

서시는 물론 별명이 '침어'일 정도로 미인이지만 (물고기 마저 서시의 미모를 보고 꼬로록 잠겨 죽는다는 뜻), 서시가 아니면 또 어떤가. 안 예쁜 애교덩어리가 있는가 하면, 육감적인 몸매를 앞세워 남성들의 시선을 끄는 여성도 있고 지성으로 승부를 거는 여성도 있다. 제 멋에 사는 거지, 남들의 눈으로 제 멋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런가 하면, 연나라 시골 청년이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걸음걸이를 배우는 스토리인 '한단지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아직 자기 본래의 걸음걸이를 잃어버려 집에는 엉금엉금 기어서 돌아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서시 흉내를 내는 것도 바보짓이요, 자신의 걸음걸이도 모르면서 한단의 걸음걸이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것도 바보짓이다. 그저 남이 하는 게 멋있어 보이니까 했을 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해도 어울리는지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장자는 "뜻에 맞지 않으면 가지 않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수상록>을 쓴 몽테뉴는 "다른 사람들은 그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의 판결에 매이지 마라. 그대 자신의 판결에 매여라."는 말로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매달릴 시간에 자신의 본성을 좀 더 들여다 보라고 충고했다. 세네카 역시 "남의 잠에 맞춰 자기 잠을 조절하고, 남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고, 사랑과 증오에서 남의 지시를 받는 자들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는 말로 인생에서 자신의 것이 얼마나 적은지 생각해보기를 권했다.

 

# 요약.

 

올림픽 경기장에 어떤 사람들은 선수로 오고, 어떤 사람은 관객으로 오고, 어떤 사람들은 장사하러 온다. 누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로 참여하고 싶지만, 내 몫은 코치일 수도 있고, 관중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아는 것이다. 내가 수만 관중 가운데 단 한 명에 불과하더라도 내 역할은 충분히 중요하다. 내가 누군지 모를 때 비극은 시작된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신발이 된다. 신발이 되면, 발자국을 남긴다. 어떤 사람은 내 친구처럼 발 사이즈가 300이어서 큰 발자국을 남기고, 어떤 사람은 발도 작고 몸무게도 가벼워서 발자국조차 희미할 수 있다. 발자국이 희미한 게 초라한 것인가? 내 신발로 내 발자국 남겼으면 된 거다. 남들이 따라오면 좋지만, 안 따라오면 또 어떤가. 나는 이미 신발이고, 이미 발자국을 남겼으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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