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DJ 래피]
잘 산다는 것. 여기서 '잘'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잘'이 뜻하는 바는 삶의 의미를 갖고 사느냐, 갖지 못하느냐의 문제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는 한량이다. 한량,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한량(閑良) : 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
여기도 '잘'이 나온다. '잘'을 오해하지 말자. '잘' 쓴다고 하는 것은 '많이' 쓴다는 것이 아니다. 가진 한도 내에서 효율적으로 쓰는 것, 의미 있게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잘' 쓰는 것이다. '잘' 노는 것도 마찬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게 노는 것, 그것이 '잘' 노는 것이다. 맥주 한 잔만 있어도 된다. 김치 향 가득한 맛집 발견의 감탄사만으로 충분하다. 이것은 에피쿠로스의 행복관과도 흡사한데, 에피쿠로스는 흔히 쾌락주의자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인간의 행복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던 철학자다. 에피쿠로스의 행복은 우정, 자유, 오후의 햇살 등이다. 그중에는 ‘갓 구워낸 빵’도 있더라.
인생에 '잘'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 세상, 이거 내 거 아닌가? 내가 가는 곳이 결국 세계의 중심이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세계의 존재 이유다. 우리는 이렇듯 삶의 의미를 찾아갈 때 비로소 자기 삶을 '잘' 살게 된다. 무작정 행복해지기 위해, 더 큰 성공을 하기 위해 더더욱 숨가쁜 삶을 살면서 정작 너무 바빠서 행복할 수 없다는 모순, 나는 그것이 싫다.
# 요약.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보고 싶은 사람 보며 사는 것, 그게 내 기준에서는 '잘' 사는 거다. 더 벌고 싶지도, 높이 올라가고 싶지도, 더 바삐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겨울바다로 간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