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192 / '열일곱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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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192 / '열일곱 자'

기사입력 2017.02.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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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 = DJ 래피]

지난 토요일에 이태원에서 음악 틀 일이 있었다. 그날은 수원에서 결혼 사회까지 봐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나갔다. 나는 운전하기를 싫어한다. 운전이 귀찮아서라기보다는 막히는 도로 위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다. 하여, 책을 읽기 위해 차를 두고 전철을 주로 애용하는 편이다. 물론 지난 토요일처럼 부득이한 경우에는 운전을 하며 오디오 북을 주로 듣는다.

 

암튼 이래저래 결혼식 사회를 잘 마친 뒤, 막히는 도로를 뚫고 이태원으로 열심히 가다가 1차선, 좌회전 차선에 섰다. 분명 좌회전 차선 표시가 전방에서부터 잘 보이는 도로였다. 잠시 후, 내 뒤에 트럭이 한 대섰다. 첨엔 같이 좌회전하는 차인 줄 알았다. 그러다 뭔가 뒤차가 꾸역 꾸역 옆 차선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 내 차 옆을 지나쳐 가면서 트럭 운전자는 내게 클랙슨 난타와 동시에 한바탕 쌍욕과 고함을 선사했다. 자기는 직진을 할 건데 괜히 내 차 뒤에 서는 바람에 좌회전 차선에 섰다 이거다. 차에서 내릴 용기는 없었는지 자기 할 말만 따발총처럼 하고는 휑하니 달려가더라. 그러고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그 차는 난폭운전으로 옆에서 달려오던 차와 부딪힐 뻔하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 사회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분노 조절이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폭언, 폭행을 하거나 우발적 살인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직장에서, 도로에서, 길거리에서, 술집 등에서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해 사건이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움과 분노는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는 것도 문제지만, 결국 자기를 파괴시키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할 때, 따지고 보면 화를 내는 당사자의 마음이 더 힘들다. 미워하는 일도 에너지 소모이기에 그렇다. 무엇보다도, 미움은 악순환되기 쉽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

 

정호승 시인은 인생에서 힘이 되어준 한마디로 이 말을 꼽았다. 그는 어느 날 신문에서 토성에서 본 지구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지구가 어찌나 작은 지 볼펜 똥을 콕 찍은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런 지구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무엇을 더 얻고 소유하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르듯 사는가, 이 모든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라는 충격이 컸다고 한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의 작은 일부일 뿐이거늘, 뭘 불같이 화를 낼 일이 많다고 그리도 화를 내고 사는가.

 

# 요약.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화가 날 땐 그 마음을 열일곱 자로 표현해보라고 했는데, 열일곱 자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화가 이미 타인의 화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기억하자. 열일곱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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