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202 / "개, 돼지와 맬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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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202 / "개, 돼지와 맬서스"

기사입력 2017.03.1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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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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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DJ 래피]

고대 그리스 시대에 'Gnoti Seauton'이라는 명구가 있었다. 이 말은 델포이 신전 현관 기둥에 쓰여 있던 글귀로, 소크라테스에 의해 적절히 응용되면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언이 되었다. 그렇다. 바로 너의 무지함을 알라또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것이다. 지난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교육부 간부, 그는 아마도 몰랐으리라. 자기 의식 깊숙한 곳에 박혀 있던 "민중은 개, 돼지"라는 그 생각이 이토록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될 줄 전혀 몰랐을 것이다.

 

핫하다. 고위 공직자의 비뚤어진 인식이 핫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교육 공무원이 대다수 국민을 가리켜 ", 돼지"라고 표현하다니, 매우 핫하다. 그는 '민중은 개, 돼지이므로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고 했는데, 그의 사상은 지금쯤 저승에서 밤마다 이불 킥 시전 중일지도 모르는 토마스 맬서스도 울고 갈 만하다.

 

맬서스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위적으로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며 하층민 제거를 주장했다. 그는 열등 인종의 수를 줄이기 위해 전쟁, 기아, 질병 등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쯤 쓰다 보니 유전 법칙을 응용해서 인간 종족의 개선을 연구했던 골턴의 우생학이 떠오르고, 특정 인종의 제거를 주장했던 히틀러도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스피노자는 존재의 등급과 서열에 기반을 둔 완전성 개념을 거부했다. 이는 존재의 한 측면만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려는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사회적인 억압에 대한 비판 역시 담고 있다. 인간을 어떠한 성향의 동물로 정의하는 순간, 그것과는 다른 성향을 가진 인간은 비정상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로 간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가 인종이나 성(), 국적이나 부에 따른 억압과 차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인종이나 성은 불완전성이나 결핍의 증거가 아니므로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순자는 <성악편(性惡篇)>에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인간의 선함은 후천적이며 인위적인 교육의 결과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한다. 그런 본성을 따르기 때문에 남을 해치고, 다투며, 질서나 도덕을 파괴한다. 그러므로 스승의 지도를 받아야 하고, 예의에 따른 교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본성을 억제하는 힘이 생기고, 질서나 도덕을 되찾아 세상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교육이 이렇게나 중요한데, 이 나라의 교육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막말 멘트 수준이 <민중은 개, 돼지/ 신분제 공고화/ 빚이 있어야 파이팅도 생긴다> 등이니, 국민적 공분이 어찌 사그라들겠는가.

 

고대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이 로마로 귀향할 때 한 사람을 마차 뒤에 숨겨두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로마 시내를 행진하는 동안 개선장군은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하게 되어 있는데, 바로 그때 마차의 수레 뒤에는 한 사람이 숨어서 장군에게 끊임없이 이렇게 외친다는 것이다.

 

그대여, 너는 네가 인간임을 잊지 마라. 장군이여, 너는 네가 인간임을 잊지 말아라.”

 

개선장군은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로마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동안 무의식중에 황홀경을 느끼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신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 교만해지고 우쭐거리다가 마침내 태양을 향해 오르다 날개가 녹아 추락하여 죽는 신화 속 이카로스처럼 비참하게 몰락할 것을 경계하는 현명한 사전 예방책이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홍익인간' 정신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게 좋겠다. 홍익인간 정신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한민족의 건국 이념이다. 홍익인간 정신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며, 그 깨달은 가치를 나를 넘어서 다른 사람, 사회, 국가, 그리고 이 지구를 위해 쓰는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이 어우러져 살아야 할 인간임을 매 순간 잊지 말자.

 

# 요약.

 

칸트하면 다들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 칸트의 견해를 매우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기 생활신조를 보편화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칙이 될 수 있다면, 그러한 원칙에 근거해서 나온 것은 윤리적>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살인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처지를 바꿔서 누군가가 나를 살해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법칙은 상대방이 나에게 해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나도 상대방에게 베푸는 것이다. 공자의 논어에서도 가장 강력한 한 마디는 '己所不欲 勿施於人' (기소불욕 물시어인,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마라) 아니겠는가?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새로운 감탄과 함께 마음을 가득 차게 하는 기쁨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 칸트

 

항상 하늘과 도덕률에 비추어 자기 자신을 점검하자. 그리하여 매번 잘못된 점을 찾아 반성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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