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204 /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칼럼]래피의 사색 # 204 /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기사입력 2017.03.12 20: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 = DJ 래피]

운전을 하다 보면 "경로를 벗어났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때마다 내비게이션은 꿋꿋하게 경로를 재탐색한다. 내비게이션은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내비게이션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고는 한다. 어쩜 이렇게 내 인생과 닮아 있는가 말이다.

 

길은 하나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그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로 재탐색의 유일한 기준은 Fun, 바로 '재미'. 그리고 그 '재미'란 것은 보편적 '재미'가 아닌 오로지 내 기준에서의 '재미'. 하여 나는 재미가 없는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또 반대로 재미가 있는 일이라면 모두가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고 해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지금의 래피가 있다.

 

얼마 전, 친구 하재욱 작가와 술잔을 기울이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재욱아,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 나는 있잖아, 지금 당장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다. 나는 언제 갑자기 죽게 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현재를 오롯이 살고 있어." 그날 우린 그와 비슷한 주제로 한참을 더 얘기하고 마시다 헤어졌다.

 

기억의 태엽을 래피의 어린 시절로 가만히 되돌려 보면, 내가 가장 하고 싶고, 되고 싶었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음악인이다. 그러니까 내 인생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는 애초부터 음악인이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음악인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음악이라는 큰 원 안에서 어떻게든 굴러다니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었다.

 

Rock그룹으로 출발해 DJ도 해봤다가, 래퍼가 되기도 하고, 작곡가가 되기도 하고, 방송을 하기도 하고, 강연을 하기도 하는 등 디테일한 경로는 끊임없이 벗어나 재탐색 해왔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목적지에는 이미 도달한 지가 한참이더라. 그리고 그 모든 과정들이 즐겁고 소중하더라. 그러니 나는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수밖에.

 

# 요약.

 

경남 진주 출신의 맹랑한 꼬맹이의 간절했던 소망은 '부자, 유명인, 음악의 전설'이 아니라, 그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폼 나게 녹음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것, 수많은 관객이 있는 무대에 마이크 잡고 서보는 것, TV에 단 1초라도 나와봤으면 하는 것, 내가 만든 노래를 노래방에서 불러보는 것 등이었다. 나는 이미 그 모든 꿈들을 다 이루었고 과분하게도 그 꿈을 넘어선지도 오래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치열하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으므로 결과는 중요치 않다. 지나온 내 모든 삶의 과정 자체가 내게는 '행복'이란 두 글자로 수렴되었다. 공자도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는데, 그러니 나는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수밖에.

<저작권자ⓒAsiaBigNews & asiabig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07399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