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214 / '도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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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214 / '도사림'

기사입력 2017.03.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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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 = DJ 래피]

사자, 호랑이, 표범, 퓨마, 고양이에게 상자를 선물하면 어떻게 될까? 상자 하나를 그들과 함께 놔두고 관찰하면 그들은 여지없이 상자 속으로 쏙들어간다. 작은 상자라 할지라도 그들은 편안한 모습으로 머무르며 자기 몸을 감춘다. 세상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숨어 있을 뿐이며, 강자이지만 약한 듯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계통이 같으며, 성품도 비슷하다. 주역에서는 호랑이, 고양이의 성질을 태(, )로 표현하는데, 이를테면 연못을 상징한다. 연못은 물을 담아놓고 넘치지 않게 한다. 마음도 연못과 같으며, 태평하고 침착한 사람도 같은 이치다. 평정은 바로 마음이 태(, )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도 연못 같은 사람, 즉 태(, )인 사람은 생명력을 내부에 간직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기운의 낭비가 심하다. 사고를 잘 치는 사람은 태(, )의 기운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 )는 침착함을 뜻하며, 도사린다는 뜻이 있다. (, )의 기본적인 성품마저도 이러한데, 이것을 더 깊은 곳에 놔두려고 하는 것이 바로 땅 속에 들어가 있는 침착과 도사림이며, 주역의 괘상으로 표현하면 지택림(地澤臨)이 된다. (, ) 괘가 위에, (, ) 괘가 아래에 위치한, 양의 기운이 깊은 곳에 쌓여 있는 모양새인 대성괘가 바로 지택림 괘다.

 

각 분야의 고수들도 바로 이런 자세를 취한다. 고수는 무서울 것이 없는 존재다. 그런데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며 조심스럽다. 실력이 있는 사람의 모습이 원래 이렇다.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몹시 말이 많고 부산스럽다. 시끄러운 사람은 실은 알고 보면 내면이 부실한 사람이다. 사자나 호랑이, 무술의 고수, 그리고 학문이 깊은 사람은 자신을 감추기를 좋아한다.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도사린다는 말은 쉽게 나대지 않고 자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자 도덕경 15장의 한 대목인 "豫兮(예혜) 若冬涉川(약동섭천), 猶兮(유혜) 若畏四隣(약외사린)" , "머뭇거리네, 겨울에 살얼음 냇길을 건너는 것 같고, 쭈물거리네, 사방의 주위를 두려워 살피는 것 같다."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힘이 있다고 아무 때나 불쑥 나서면 흉한 일을 당할 수가 있다. 힘이 있으되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낭비되지 않고 그 힘은 점점 더 쌓이는 법이다.

 

# 요약.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세상의 곳곳에는 나보다 나은 이들이 있으니 항상 삼가고 조심해서 겸손하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하며,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이라,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거기에 나의 스승이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채근담에서는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이란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매의 서 있는 모습은 조는 것 같고 호랑이의 걸음은 병든 것 같다는 것이다. 매와 호랑이와 같은 강자들도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조용히 자세를 낮추고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할 때만 강함을 드러낸다. 호랑이는 원래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약한 동물이라고 깔보지 않는다. 이처럼 강한 자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지혜를 숨기고 빛나는 재능도 드러내지 않는다. 원래 얕은 개울일수록 소리가 요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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